품위와 품격에 대한 고찰

품위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서 [품위] 하면 좋은 이미지가 떠올려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허장성세와 체면 등 온통 권위적이고 유교스러운 이미지만 떠오를 뿐.....아무튼 순 격식만 따지고 실속은 없어보이는 단어가 바로 [품위] 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품위]보단 [품격] 이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탈권위주의를 지향하고 직급, 나이에 관계없이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사회를 대하자는 사회 풍조에서 왜 자꾸 '품위를 지키자'라는 주장이 들려오는 것일까? 그렇게 따지자면 품위라는게 반드시 쓸데없는 격식과 형식만 따지고 실속을 지양하는 그런 단어가 아닐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이 품위라는 단어의 뜻을 품격이나 인품과 혼동하고 있는 걸까?

[품위]의 사전적 정의는 그 사람의 위치에 맞는 언행과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품위'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게 아닐까? '품위유지비'도 사실 옷이나 악세사리 등 겉모습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이 아닌가? 높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은 겉모습을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 비록 못생겼어도 항상 단정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 만약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야단스러운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면 욕을 먹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하면 품위있는 걸까? 아니다. 행동과 인성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그러니까 유치하게 행동하지 말고, 항상 수준높은 행동을 하고 수준있는 말씨를 써야 한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항상 어른스럽고 단정하게, 우아하게 행동해야 한다. 수다쟁이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할 말만 반드시 하고 바른말과 고운말만 써야 한다. 지난 달 기자에게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비속어를 써서 구설수에 올랐던 연예인 출신인 고위 관료 유 모 장관도 외모만 볼땐 단정하고 품위있어 보이지만 언행은 그리 품위있다고 할 수 없다.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길가다 당나귀가 걷어차도 당나귀에게 복수할 텐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당나귀에게 복수하겠지만, 성인이라면 그러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수준 떨어지는 언행에는 아예 대항하지 않는 것도 품위라 할 수 있다. 온갖 수준낮은 비난이 괴롭힐 때 가만히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소심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참... 어쩌다보니 '품위'라는게 겉으로만 드러나는 언행을 지향하고 격식만 따지는 게 되어버렸다. 내 생각으로는. 원래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째서 품위있는 사람이란 일반 서민들과는 다르고 항상 젠체하는 유학들의 모습이 되어버린걸까? 왜 탈권위적이고 친근감있는 모습의 '품위'는 안 되는 것일까? 이렇게 된다면 나같은 사람은 '품위있는 사람'을 지향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품격'이란 뭘까? 품격이란 품위란 묘하게 다른게, 겉으로 보여지는 상이 아닌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운, 즉, 카리스마 비슷한 것이다. 굳이 겉모습과 격식을 따지지 않고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다. 사고방식이나 철학이 상당히 고상하고 인품이 바르면 그게 품격있는 것이다. 비록 겉모습은 초라해 보일지라도 출신이 뛰어나지 않아도, 품격이 있으면 사람들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법이다. 

요즘 사람들은 품격에서 차차 멀어져가고 있다. 철학과 예술을 멀리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생에서 오직 돈과 명예만을 추구한다면 '품위'있는 사람이 될 지는 몰라도 '품격'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언제부터 내가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품격있는 사람이 부럽다. 권위와 격식만 따지는 품위가 아니라, 진정 품격있는 사람이 그립다. 모르겠다. 나의 짧은 지혜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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