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본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2007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여배우 전도연 씨가 [밀양] 이라는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신애'라는 여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준'이라는 아들과 함께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신애는 밀양에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토록 귀중한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 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나선 그녀에게 더 엄청난 고통이 닥친 것이다. 이 힘겨운문제 앞에서 신애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이영화의 중요한 주제이다.

이 영화에는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삼일교회에서 부르는 복음성가도 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영화니까 일부러 과장한 측면도 있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보면 감독이 그리스도인을 약간 희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그리스도인들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나오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전혀 없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비춰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렇게 묘사된 그리스도인들의 매력 없는 모습이 진정한 기독교의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밀양]이라는 영화는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답은 영화를 본 각자의 몫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가 아파오고 뒤끝이 별로 안 좋다. 즉, 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바꾸어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깊이 사귀다가 헤어져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그 아픔을 한 달도 채 끌고 가지 않는다. 며칠도 안간다. 그리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서도 예수님이 나를 구원해주셨다면서 생글생글 웃고 다닌다.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픔 가운데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천박해 지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신애의 친구 역할과 교회의 집사 역할을 하는 약사가 등장한다. 신애가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당하는 일을 겪었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그러나 역시 여자는 피상적이고 너무나 쉬운 대답만 해준다. 예수 믿어야 된다는 것이다. '신애 씨같이 불행한 사람은 꼭 예수 믿어야 해요!' 이렇게 인간적인 배려가 하나도 없는 말한 한다. 예수 믿으면 다 된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난 무조건 성경이 답이라고 간단하게 말해 줄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나 자신도 내 죄와 고통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살아갈 수 없다. 성경을 봤을 때, 가장 멋진 말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피상적으로 가장 쉬운 대답을 해준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욥기에 나오는 세 명의 친구들이다. 결국 그들은 욥기 마지막 장에서 "너희들이 하는 말이 옳지 않다"라고 하나님의 책망을 들었다.

사람이 사는 게 그렇게 쉬운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냥 기도하고 찬송하면 다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가? 난 그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주변에 고통당하고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그 옆에 가서 같이 침묵해주고, 같이 울어주고, 같이 기도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섣불리 신앙적인 말 몇 마디로 위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이 영화에는 카센타를 운영하는 '종찬'이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그는 신애에게 잘 보이려고 예수님을 나일론으로 믿는 사람이다.

영화 첫 장면에서 신애의 자동차를 고쳐준 것이 계기가 되어 신애를 좋아하면서 어디든지 따라 다닌다. 신애가 교회에 가니까 교회에도 따라간다. 교회에 가서 곧바로 주차관리 봉사도 한다. 뒤에 가서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다. 완전히 나일론 신자이다. 그렇지만 종찬은 교회에서 박수 치며 찬송하고 두 손 들며 눈물 흘리는 사람보다 휠씬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신애가 고통 받을 때 옆에 항상 있어준다.

그리고 쓸데없는 조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신애에게는 위로가 된다. 이게 진짜 중요한 모습 아닌가?아파할 때 같이 아파해야지, 왜 아파하는 걸 생략하는가? 종찬과 같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옆에 있어주면서 아픔을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신앙이고, 예수님이 못박혀 죽으신 십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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