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좋은 글을 쓴다는 것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
일단 어떤 글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이다. 구성은 모든 글의 기초가 되는 한편 기초가 탄탄해야 재미든 작품성이든 뭐든 나타낼 수 있기 마련이다. 만약 구성이 허술하면 재미가 없고 아무리 훌륭한 철학과 사상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없는데다 참신한 소재를 써도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아무튼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탄탄한 구성이 필수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짓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 즉, 보여주는 데에만 치중하는 방법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씬이나 쫓기는 씬으로 시종일관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공포 영화나 액션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스릴을 즐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상하게 위험한 상황에 간접적으로 처한 것을 즐긴다. 지루한 일상의 상태에서 벗어나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것을 즐기는 생물체..... 참으로 묘한 생물체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타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나는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즐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관음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되는 주인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점점 더 위기에 처하는 것을 보고 즐긴다. 하지만 누구도 실제로 공포 영화의 피해자가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그렇게 즐거워 할 수가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야기의 구성은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즉, '기승전결'로 이루어지는데
당연히 위기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영화를 볼 때 사람들은 위기에서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고 조는 사람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발단, 전개부분을 왜 지루하게 늘어놓을까? 재미도 없고 필요도 없어 보이는데. 그냥 위기 부분만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천만에. 그냥 위기 상황만 보여준다면 뉴스 기사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뉴스 기사와 다른 점이 한 인간의 삶을 재조명하고 왜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나, 그 상황이 지나고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세계는 어떻게 되었나 보여주어서 어떠한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만 보여줘서는 순간적으로 스릴을 느낄지언정 작품성을 지닐 수는 없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구성과 보여주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시나리오의 단점이 무엇이냐? 바로 '작품성이 없다'라는 것이다. 보고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재미 뿐만 아니라 주제 의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재미있게 보이기 위해 이야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복잡하게 만들면 골치아파 하니까) 위기와 절정 부분을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액션 영화 중에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도 있다. 그 예가 바로 '람보'다. '람보'에서는 베트남전이 끝난 후에 한 동네에 찾아온 주인공이 콧대 높은 경찰들과 혈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스릴있는 액션 씬으로 차있지만 사실은 참전 용사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2편과 3편은 보진 않았지만 너무 상업적이라고 함). 이렇게 껍데기에는 재미있는 장면들로 둘러싸 있으면서도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그래도 뭔가 있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에서는 원작의 주제 의식 같은 거 싹 다 무시하고 그저 인간이 공룡에게 쫓기는 게 전부인, 끝나면 허무한 영화다. '인디아나 존스'도 마찬가지. 1편과 4편은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2편과 3편의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 하지만 보고 나면 유치하고 남는 게 없는 영화같다. 또한 감독이 나름대로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오히려 욕만 먹은 영화도 있다. '아포칼립토'가 바로 그 경우다. '아포칼립토'는 마야 문명이 배경인데 마야인들끼리 서로를 침략하여 포로가 된 주인공이 적들에게 시종일관 쫓기는 내용으로 쫓기는 장면 만큼은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너무 보여주는 데에만 치중한 나머지 잔인한 장면들을 대거 삽입하여 관객들에게 불쾌감만 주었고, 결말도 엉망이다. 구성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어리석은 마야인들은 스스로 멸망했고 문명화된 서양인들이 구해주어야 한다'라는 깁슨 감독의 졸렬한 사상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에서 분명 위기와 절정 부분이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발단과 전개도 탄탄해야지만 그 부분들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초보들에겐 가장 쉬운 방법은 여느 공포 영화나 액션 영화처럼 그 부분을 실감나고 팽팽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언제까지 그렇게만 할 수는 없는 법. 그저 긴장감만을 강조했다가는 '상품'으로 끝나지 '작품'이 되진 않는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추는 일,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라면 필수적으로 넘어야 할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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