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교토에서 깨닫다
내가본일본 · 2010. 10. 18. 01:00
2003년 어느 가을. 일본 냄새를 물씬 느껴보리라 기대에 부푼 채 쏘다녔던 곳 교토. 중국 장안의 바둑판 모양을 모방해 건설되었다는 천년 고도 교토. 떠나와 돌이켜 보니 가슴에 남아 있는 건 눈부시게 금빛으로 빛나던 킨카쿠지(金閣寺)도 아니고, 고색창연하게 단아하던 긴카쿠지(銀閣寺)도 아니고, 모모야마 시대 건축의 전형이라는 니죠죠는 더더욱 아니다.참 어이없게도, 자꾸만 아슴아슴 떠오르는 건, 키요미즈데라 부근에서 잘못 들었던 공동묘지길과 산넨자카 니넨자카, 교토 여행 막바지에 호젓함을 누렸던 철학의 길이라는 걸 고백해야겠다.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공짜 좋아하는 나는 가끔 본상품보다도 끼워주는 덤을 더 좋아할 때가 있고, 화려한 주인공보다 묵묵히 버티는 조연 배우에게 더 마음이 기울 때가 있다...